사진 없는 사진말
18. 따사로운 노래처럼
사진책 한 권을 앞에 놓고 생각에 잠긴다. 어떤 목소리를 외치는 사진이 실린 사진책을 보면 어떤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예술을 드러내는 사진이 실린 사진책을 보면 어떤 예술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목소리를 드높이려고 하는 사진에서는 목소리를 느끼고, 예술을 펼치려고 하는 사진에서는 예술을 느낀다.
아이를 사랑하는 숨결을 담은 사진이 실린 사진책을 보면 아이를 사랑하는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가시내나 사내를 멋들어지도록 선보이려는 사진이 실린 사진책을 보면 가시내나 사내를 멋들어지게 바라보도록 이끄는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사랑스러운 숨결로 찍은 사진에서는 사랑스러운 숨결을 느끼고, 멋들어진 모습을 뽐내려는 사진에서는 멋들어진 모습이 무엇인가 하는 손길을 느낀다.
더 나은 사진이나 덜 나은 사진은 없다고 느낀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저마다 다른 생각과 마음을 사진 한 장에 담는다. 누군가는 목소리를 드높여야 한다고 여겼으니까 목소리를 드높이는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려 한다. 누군가는 사진으로 예술을 하고 싶으니까 예술이 출렁이는 사진을 선보이면서 ‘예술가’가 되려 한다.
이리하여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좋아하는 사진이 갈리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어떤 목소리를 드높이는 사진이 ‘좋은 보도사진’이라고 여긴다. 누군가는 어떤 예술을 드날리는 사진이 ‘좋은 예술사진’이라고 여긴다. 누군가는 가시내나 사내를 멋들어지게 보여주는 사진이 ‘좋은 패션사진’이라고 여긴다.
나는 이 사진도 저 사진도 함께 놓고 바라보다가 어느 사진책 하나를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왜 어느 사진책 하나를 오래도록 들여다보는가 하면, 이 사진을 빚은 사람은 이녁 곁에 있는 사람을 오래도록 사랑하는 숨결로 한 장 두 장 알뜰히 찍어서 그러모았기 때문이다. 사랑스러운 눈길로 오래도록 지켜보고 보살피면서 찍은 사진이기에, 이러한 사진을 보는 나도 오래도록 사랑스레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한결같이 따사로운 노래처럼 흐르는 사진을 볼 적에는 참말 ‘따사로운 노래’가 이 사진 한 장에 깃들었네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은 그저 사진이면 넉넉하다. 2016.3.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사진비평/사진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