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글



  두 손에 글을 쥔다. 온누리를 어떻게 가꾸려 하는가 꿈을 꾸면서 두 손에 글을 쥔다. 호미를 쥔 사람은 호미살이 이야기를 글로 여민다. 부엌칼을 쥔 사람은 부엌칼로 길어올린 이야기를 글로 엮는다. 어느 자리에 서서 어떤 일이나 놀이를 하든, 저마다 온 하루를 들여서 일군 살림을 고스란히 이야기로 새로 풀어내어 글로 빚는다. 이 글은 종이를 꺼내어 연필로 사각거릴 수 있고, 셈틀을 켜서 글판을 두들길 수 있다. 어떤 모습으로 글을 쓰든 마음에 깊이 새긴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글이 된다. 머릿속을 맴돌다가 나오는 글이 아니라, 온몸으로 누리고 두 손으로 지은 살림살이가 차근차근 샘솟듯이 곱게 흐르는 글이다. 2016.3.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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