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13] 라온
닿소리 ‘ㄹ’로 여는 한국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오늘날 우리가 쓰는 ‘ㄹ’로 첫소리를 여는 낱말은 거의 외국말이라 할 만합니다. 옛날부터 한겨레가 ‘ㄹ’ 낱말을 안 쓰지 않았으나, 한글로 적는 맞춤법을 세우면서 ‘ㄹ’ 낱말은 모조리 자취를 감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ㄹ’ 자리를 살피면 거의 옛말이나 서양말이나 일본말인데요, 이 가운데 ‘라온’이 있어요. ‘라 + 온’인 낱말이고 “즐거운”을 뜻한다고 해요. 오늘날에는 안 쓰는 옛말이라지요. 그렇지만 오늘날에 이 ‘라온’을 쓰는 사람이 꽤 많아요. 회사나 공장을 열며 ‘라온’이라는 이름을 쓰는 곳이 있고, ‘라온’이라는 낱말을 넣은 아파트도 있지요. ‘라 + 온’으로 엮은 낱말인 ‘라온’에 다른 낱말을 엮어서 ‘라온눈’이나 ‘라온제나’나 ‘라온누리’나 ‘라온별’이나 ‘라온님’처럼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이름을 새로 짓기도 해요. 한국말사전에서는 옛말로 다루더라도 오늘 우리가 새로운 숨결을 담아서 즐겁게 쓴다면 얼마든지 ‘오늘말’로 거듭나요. 그리고, 오늘 우리가 제대로 안 쓰거나 잊는 낱말이라면, 이 낱말은 시나브로 ‘옛말’이나 ‘죽은말’이 돼요. 4349.1.3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