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는 삶



  부엌을 어느 만큼 치운 어느 날 곁님이 한 마디 들려주었다. 이렇게 치우니 내가 부엌일을 하기 좋지 않느냐 물었다. 그때에는 바로 대꾸하지 못했는데, 가만히 그 말을 돌아보니, 내가 손수 부엌이나 집안을 치우면 나부터 부엌이나 집안에서 여러 가지를 하기 수월했다. 맞는 말이다. 방바닥을 어지르면 아이들도 놀기에 나쁘고, 나도 다니기에 나쁘다. 방바닥을 잘 치우면 아이들도 놀기에 한결 낫고, 나도 다니기에 한결 낫다. 요즈음 도서관하고 집을 틈틈이 치워 보는데, 치워 놓고 보니 이것저것 하기에 참말 한결 낫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씨앗을 심어서 돌보고 갈무리하듯이, 집살림도 늘 아끼고 돌보며 추스르는 몸짓이 될 때에 비로소 스스로 아늑하면서 일이 잘 풀리네 하고 깨닫는다. 2016.3.3.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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