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잠, 밤밥



  작은아이가 여섯 시 반 즈음 까무룩 곯아떨어졌다. 여섯 시에 맞추어 아슬아슬하게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우체국에 갔더니 일찍 문을 닫았다. 보내려 한 편지꾸러미를 못 보내고 면사무소 앞에서 숨을 돌리며 땀을 식히니, 두 아이가 면사무소 마당에서 소꿉놀이를 한다. 등판에 땀이 마를 즈음 자전거를 집으로 달리니, 이때에 작은아이가 잠들어서 아마 밤 열 시나 열한 시, 또는 열두 시 즈음에 깬 듯하다.


  배가 고파서 깼을 테지. 쉬도 마려웠을 테고. 큰아이만 저녁을 챙겨서 먹이고 재웠고, 작은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뭔가 밥을 챙기려 했는데 작은아이는 저녁잠을 폭 자고서 밤밥을 먹는다.


  큰아이는 자다가 자꾸 깬다. 이불이 말렸다느니 무어라느니 하면서 자꾸 아버지를 부른다. 나는 이래저래 폭 잠들지 못한다. 오늘 따라 너희가 아버지를 안 재우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구나.


  부시시 일어나서 새벽별을 올려다본다. 초승달빛조차 무척 밝다. 이 아이들이 갓난쟁이일 적에는 오늘보다 훨씬 더 잠자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아이들이 스스로 저희 살림을 잘 챙길 몸짓이 될 테지. 잠자리 이불깃을 여미어 주고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2016.3.3.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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