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놀이터 88. 네 이름



  만화책에 나온 이야기를 큰아이가 밥상맡에서 들려준다. 도라에몽 만화에서 비실이란 아이가 도라에몽을 가리키며 찐빵이라고 놀리니 도라에몽이 으앙 하고 울었단다. 그래서 큰아이한테 묻는다. “‘찐빵’이라고 한다고 왜 울지?” “‘찐빵’이라고 하니까 울지.” “벼리한테 누가 찐빵이라고 하면 벼리는 찐빵이니?” “어, 아니.” “벼리한테 누가 나비라고 하면 벼리는 나비이니?” “아니.” “벼리는 언제나 벼리일 뿐이야. 그러니 남이 벼리한테 무어라 말한들 벼리는 벼리인 모습이 달라지지 않아.” 남들이 나를 보며 ‘너 나빠’라 말한들 내가 나쁘지 않다. 남들이 나를 보며 ‘너 좋아’라 말한들 내가 좋지 않다. 나 스스로 내 살림을 나쁘게 일구면 나는 나쁠 수 있고, 나 스스로 내 삶을 좋게 가꾸면 나는 좋을 수 있다. 이러한 나쁨이나 좋음은 나 스스로 판가름한다. 그런데 살림이나 삶이나 얼굴이나 돈이나 몸짓에서 나쁨이나 좋음이 참말 있을까? 그저 그때마다 다 다르게 흐르는 결일 뿐이지 않을까? 남이 나한테 ‘찐빵’이라고 해서 내가 찐빵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를 찐빵으로 여기니 내가 찐빵이 된다. 남이 나더러 ‘나비’라고 하니까 내가 나비이지 않다. 나 스스로 애벌레에서 나비로 거듭나려 하는 몸짓이 되면 나는 나비가 될 수 있다. 2016.3.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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