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입이 크다 (박일환) 한티재 펴냄, 2014.7.14. 8000원
고흥에서는 어제 비가 오더니 오늘 눈발이 아주 가늘게 날린다. 그래 봤자 하나도 안 쌓인다. 아마 다른 고장에서는 눈이 펑펑 쏟아질는지 모른다. 이 눈발에도 아이들은 눈놀이를 하고 싶어서 옷을 껴입고 마당에 선다. 나는 아침을 차리면서 하루를 열고, 오늘 맡은 즐거운 일이 무엇인가 하고 헤아린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엌일을 하기 앞서 《학교는 입이 크다》를 읽는데, 이 청소년시를 쓴 박일환 님이 푸른 아이들 마음을 헤아리려는 손길이 애틋하네 하고 느낀다. 그래, 참으로 그렇다. 마음으로 서로 다가서면 마음으로 서로 사귄다. 마음이 아닌 채 서로 다가서면 서로 마음을 알 길이 없다. 뭔가를 앞세운다면 바로 그 뭔가가 앞에서 늘 걸릴 테지. 청소년문학이나 어린이문학이란, 또 어른문학이란 이처럼 ‘마음으로 쓰고 읽어서 나누는 이야기’가 될 때에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우리라 본다. 말재주나 말솜씨나 말자랑이나 말장난이 아닌, ‘마음을 담아서 들려주는 노래’일 때에 비로소 문학이 되리라 본다. 2016.2.29.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