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무료 無聊


 무료를 달래 줄 재미있는 일을 → 지겨움을 달래 줄 재미있는 일을

 무료를 이기지 못하고 → 따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무료한 시간 → 심심한 시간 / 따분한 때 / 재미없는 때

 무료한 삶 → 재미없는 삶 / 심심한 삶 / 따분한 삶


  ‘무료(無聊)’는 “1. 흥미 있는 일이 없어 심심하고 지루함 2. 부끄럽고 열없음”을 뜻한다고 하지만, 둘째 뜻으로 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흥미(興味)’는 “흥을 느끼는 재미”를 뜻하고, ‘흥(興)’은 “재미나 즐거움을 일어나게 하는 감정”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 ‘심심하다’는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를 뜻한다고 하며, ‘지루하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같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 따분하고 싫증이 나다”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무료 = 흠이 없음 + 심심 + 지루’이고, 이는 다시 ‘무료 = 재미 없음 + 지루 + 재미 없음’이나 ‘무료 = 재미 없음 + 심심 + 따분’이 되는데, 한국말 ‘따분하다’를 한국말사전은 “재미가 없어 지루하고 답답하다”로 풀이해요. 아주 돌림풀이입니다.


  아무튼, 재미있는 일이 없으면 ‘재미없다’입니다. 재미없을 적에는 ‘지루하다’나 ‘지겹다’나 ‘따분하다’나 ‘심심하다’를 알맞게 살펴서 쓰면 될 노릇입니다. 그리고 한국말사전은 한국말 ‘지루하다·따분하다·심심하다’가 돌림풀이가 되지 않도록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2016.2.28.해.ㅅㄴㄹ



무료해서 아주 고통스러워

→ 심심해서 아주 괴로워

→ 지루해서 아주 죽을 동 살 동

→ 따분해서 아주 온몸을 비비 꼬았다

→ 할 일이 없어서 아주 힘들어

《박정희-나의 수채화 인생》(미다스북스,2005) 6쪽


무료함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 남자였어요

→ 따분함이 흘러나오는 듯한 남자였어요

→ 따분해지는 사내였어요

→ 좀이 쑤시는 사내였어요

→ 답답해지는 사내였어요

→ 갑갑한 사내였어요

→ 지겨운 사내였어요

《마르잔 사트라피/정재곤·정유진 옮김-바느질 수다》(휴머니스트,2011) 56쪽


무료해 자꾸 오리 머리를 무는 개

→ 심심해 자꾸 오리 머리를 무는 개

→ 따분해 자꾸 오리 머리를 무는 개

→ 지루해 자꾸 오리 머리를 무는 개

→ 할 일이 없어 자꾸 오리 머리를 무는 개

《송경동-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창비,2016) 113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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