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빨래 실컷
아침에 두 아이를 씻긴다. 이제 두 아이한테서 나오는 옷가지가 꽤 많다. 이 아이들이 옷을 두 벌 갈아입으면 그야말로 수북하다. 겨울옷이기에
수북할 수 있지만, 꽤 많이 자랐다는 뜻이다. 이 아이들이 갓난쟁이일 무렵에는 기저귀랑 배냇저고리랑 깔개랑 덮개랑 이불이랑 천을 날마다 신나게
빨았다면, 여섯 살 아홉 살을 지나가는 요즈막에는 웃도리랑 아랫도리랑 날마다 두 켤레나 네 켤레씩 나오는 옷가지를 이틀이나 사흘마다 신나게
빤다.
내친 김에, 아이들이 쓸 폭신걸상도 빨래한다. 큰아이가 바깥물꼭지를 들어 주어서 한결 수월하게
빨래한다. 큰아이한테 묻는다. “어때? 걸상 빨기가 어때 보여?” “재미있어 보여.” “그래? 그러면 잘 보고 다음에는 너희들이
해.”
마당 있는 집에서 사니까 폭신걸상을 빨 수 있다. 마당 없는 집에서 꾸리는 살림살이라면 이런 덩치 큰 빨래는 어떻게 할까? 빨기도 말리기도
어렵겠지.
이 다음으로 털장갑을 빨래한다. 곁님이 뜨개질로 빚은 아이들 장갑 두 켤레를 빨기는 수월하다. 척척 슥슥 쭉쭉 빨아낸다. 이리하여 우리 집
봄마당은 해바라기를 하는 빨래로 가득하다. 오늘부터 마을논을 가는 트랙터가 움직이고, 아이들은 트랙터를 구경하려고 고샅을 달린다. 나는
해바라기하는 빨래 곁에서 손목이랑 팔이랑 등허리를 펴면서 함께 봄볕을 쬔다. 2016.2.2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