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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무 - 그림으로 보는 자연의 경이로움
신여명 옮김, 토머스 로커 그림, 캔더스 크리스티안센 글 / 두레아이들 / 2009년 12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32
봄하늘을 마시는 기쁜 봄나무처럼
― 하늘나무
토머스 로커·캔더스 크리스티안센 글·그림
신여명 옮김
두레아이들 펴냄, 2009.12.10. 9900원
바야흐로 봄이 밝으니 바람결부터 새롭습니다. 그렇다고 겨울바람은 안 새롭다는 뜻은 아닙니다. 겨울에는 아침 낮 저녁으로 차갑거나 쌀쌀한 바람이 새삼스럽습니다. 이 추운 바람에 모기도 파리도 꼼짝 못하고 사라집니다. 애벌레도 풀벌레도 모조리 자취를 감추지요. 나비도 벌도 겨울에는 겨울잠을 자야 합니다. 개미조차 이 겨울에는 돌아다니지 않아요.
봄이 밝으면서 모든 숨결이 하나둘 깨어납니다. 숲에서는 크고작은 숲짐승이 깨어납니다. 마을에서는 들풀이랑 들꽃이 돋아납니다. 벌도 파리도 하나둘 깨어나고, 곳곳에서 이쁘장한 풀벌레가 천천히 고개를 내밉니다. 오늘은 아침에 쑥을 살짝 뜯어서 국에 넣습니다. 올들어 첫 쑥국입니다.
나무 한 그루가 강가 언덕에 홀로 서 있었어요. 긴 여름날 동안 나뭇잎들은 부드러운 산들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어요. (4쪽)
토머스 로커 님하고 캔더스 크리스티안센 님이 함께 빚은 그림책 《하늘나무》(두레아이들,2009)를 찬찬히 읽습니다. 그림책 《하늘나무》는 하늘 같은 나무를 보여주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 한 그루 숨결을 밝히는데, 봄에 여름에 가을에 겨울에 나무 한 그루가 어떻게 거듭나는가를 보여줍니다. 봄이면 어떤 잎이 푸르게 돋는지 보여주지요. 여름이면 어떤 잎이 짙푸르게 우거지는가를 보여주어요. 가을에는 어떤 잎이 붉게 물드는가를 보여준 뒤, 겨울에는 어떤 잎이 떨어지며 앙상한 가지가 되는가를 보여줍니다.
안개가 자욱한 어느 날 아침, 새 한 무리가 날아와 나뭇잎들이 달려 있던 나뭇가지에 앉았어요. 새들은 지저귀고, 짹짹 조잘대고, 노래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날개를 퍼덕거리더니 하늘로 모두 날아가 버렸지요. (14쪽)
봄하늘을 마시는 기쁜 나무처럼 아이들은 봄바람을 마시며 기쁘게 웃습니다. 아이들은 ‘봄아이’가 되어 ‘봄놀이’를 누립니다. 나도 아이들하고 함께 봄바람을 마시면서 ‘봄어른’이 되어 ‘봄일’을 여밉니다. 올봄에는 우리 뒷밭하고 옆밭을 어떻게 일굴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이들하고 즐길 흙일과 흙놀이를 생각하고, 봄날에는 봄자전거로 어떤 봄마실을 누릴까 하고 생각합니다.
매화꽃이 피면 매화놀이를 즐겨야지요. 매화꽃이 지면서 매화알이 굵으면 이 매화알로 신나게 효소를 담가야지요. 집 둘레에 돋는 갓하고 유채로는 갓유채를 고루 넣는 풀김치를 담자고 생각합니다. 곧 나무마다 꽃이랑 잎이 새로 돋을 테고, 동백꽃도 후박꽃도 우리 집 마당에 가득하리라 생각합니다.
참말로 봄볕은 얼마나 고마우면서 아름다운가 하고 새롭게 헤아립니다. 나무마다 꽃눈하고 잎눈을 틔우는 봄볕입니다. 들이랑 숲마다 들꽃이랑 숲나물을 살찌우는 봄볕이에요.
어버이는 따스한 눈길로 아이들을 돌봅니다. 어버이라면 포근한 손길로 아이들을 보살핍니다. 해님은 지구라는 별을 따사로이 어루만진다면, 어버이는 아이라는 숨결을 곱게 품는다고 할 만해요.
밤이 되자 나뭇가지 사이로 수많은 별들이 반짝였어요. 얼어붙은 강물 아래에서는 늙은 거북이 잠을 자고 있었어요. 온 세상이 봄을 기다리고 있었죠. (22쪽)
그림책 《하늘나무》에 흐르는 나무 이야기를 곱씹습니다. 집집마다 나무를 몇 그루씩 건사한다면, 우리는 온누리 모든 나무가 저마다 어여쁜 ‘하늘나무’인 줄 알아채리라 생각해요. 온누리 모든 나무가 어여쁜 하늘나무인 줄 알아챈다면, 온누리 모든 아이가 ‘하늘아이’인 줄 알아챌 만해요. 그리고, 우리 어른은 저마다 ‘하늘어른’이요 ‘하늘사람’인 줄 알아챌 만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나 하늘숨을 마시거든요. 하늘숨이란 ‘하늘을 마시는 숨’입니다. 우리는 늘 숨을 쉬는데, 이 숨은 ‘바람’이에요. 이 바람은 ‘하늘’을 이루지요.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이루는 바람을 마시기에, 우리는 하늘사람이면서 하늘넋이기도 하다고 느껴요.
하늘나무는 하늘을 마시며 자라고, 하늘사람은 하늘을 마시며 사랑합니다. 아이들이 기쁘게 봄노래를 부르면서 봄나무처럼 씩씩합니다. 어른들은 즐겁게 봄일을 맞아들이면서 봄꽃처럼 아름답습니다. 2016.2.2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