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만
낮에 한 차례 눕고 싶었으나 눕지 못한다.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자리에 살짝 누워 본다. 저녁밥물을 자그마한 불로 안친 뒤에 눕는다. 곁에 손전화를 놓는다. 딱 30분만 누웠다가 일어나서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마련하자자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마당하고 뒤꼍을 오르내리면서 씩씩하게 논다. 까무룩 곯아떨어져서 한참 꿈나라를 허우적거리다가 눈을 번쩍 뜬다. 손전화를 켜서 때를 살피니 꼭 30분만 누웠다. 기지개를 켠다. 부엌으로 가니 냄비밥이 거의 다 되었다. 국냄비랑 불판에 함께 불을 올리고 신나게 국이랑 반찬을 마련한다. 낮이나 저녁 사이에 30분만 쉴 틈을 얻을 수 있으면 새롭게 기운을 차린다. 이 30분이란 얼마나 고마우면서 아름다운가 하고 늘 느낀다.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도 아마 이 30분을 누리셨겠지. 2016.2.2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