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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 맨션 6 ㅣ 토성 맨션 6
이와오카 히사에 지음,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4월
평점 :
만화책 즐겨읽기 612
한 걸음 내딛기
― 토성 맨션 6
이와오카 히사에 글·그림
송치민 옮김
세미콜론 펴냄, 2015.4.15. 9000원
이와오카 히사에 님 만화책 《토성 맨션》(세미콜론,2015) 여섯째 권을 보면 ‘앞날’ 이야기가 끝없이 나옵니다. 너도 나도 ‘앞날’을 생각하면서 말머리를 열어요. 앞날을 스스로 끝장내려 하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앞날을 늘 생각하면서 살자고 이야기해요. 앞으로 다가올 날에는 꿈이 가득한 삶을 이루자고 이야기합니다.
“알겠어? 지금처럼 미래를 정해 놓고 맘대로 포기하는 걸 가게야마 씨나 다마치 앞에서 떠들면 그냥은 안 넘어간다.” (16쪽)
‘입 밖으로 나온 말에 나 자신도 놀랐다. 나는 역시 이 사람을 좋아한다.’ (22쪽)
그러면, 왜 이 만화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앞날을 이야기할까요? 이제껏 살며 앞이 늘 캄캄하게 막히거나 닫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보이지 않는 앞날 때문에 숨이 막히거나 가슴이 답답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참말 앞날이 막혔기에 숨이 막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스스로 앞날을 새롭게 열려는 마음이 못 되면서 숨이 막힐 수 있어요. 왜 그러한가 하면, 우리 앞날은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지을 뿐, 남이 지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레에서 나한테 돈을 주어야 내 앞날이 열리지 않습니다. 옆에서 나한테 손을 내밀어야 내 앞날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서 내 앞에 빛을 비추어 주어야 내 앞날이 환하지 않습니다.
내가 스스로 걸어가야 비로소 내 앞날이 또렷해요. 내가 스스로 살림을 지으려는 몸짓이 되어야 바야흐로 내 앞날을 즐겁게 엽니다.
‘가장 멋진 건 바로 지금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야.’ (28쪽)
“빛이 들어오지 않는 하층에는 처음부터 몸이 약한 사람도 많아. 이 프로젝트에 자네가 참가해 주면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봐.” (51쪽)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때로는 한꺼번에 두세 걸음씩 껑충 건너뛸 수 있습니다. 어느 때에는 뒷걸음도 칠 수 있어요. 주저앉거나 쓰러진 뒤 도무지 못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냥 눌러앉을 수도 있어요.
어떤 모습이든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마음속으로 ‘한 걸음’씩 걷자는 생각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주저앉은 내 모습이어도 앞으로 나아가는 숱한 걸음 가운데 하나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비록 뒷걸음을 친다지만, 이 뒷걸음은 머잖아 새로운 한 걸음으로 다시 씩씩하게 내딛는 바탕이 되리라 여길 수 있어야지요.
“저는 거짓말을 하기 위해 고용됐던 겁니까?” “그야 그렇지. 싫다면 그만두고. 네가 뭘 바꿀 수 있다면 바꿔 봐.” (96∼97쪽)
‘아니, 좋아하는 건 그 장소뿐일까? 사실은 그 장소에 관련된 사람들이 좋아. 그래서 떠날 수 없는 거야.’ (118∼119쪽)
나는 너한테 빛이 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러할 수 있어요. 그러나, 누구보다 내가 나한테 스스로 빛이 될 때에, 나는 너한테 빛이 될 수 있습니다. 너는 나한테 빛이 될 만할까요? 아마 그러할 수 있을 테지요. 다만, 누구보다 네가 너한테 스스로 빛이 될 때에, 너는 나한테 빛이 될 만합니다.
스스로 어떤 삶을 가꾸려 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스스로 어떤 살림을 사랑하려 하는가를 헤아려야 합니다. 스스로 어떤 사람으로 일어서려 하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다 돼요. 다 좋아요. 다 아름답지요. 다 사랑스럽습니다. 내가 스스로 기운을 차려서 일어서면 모든 실마리를 기쁘게 풀 수 있습니다. 2016.2.2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만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