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41. 2015.12.9. 어버이 자리



  아이들을 이끌고 읍내마실을 다녀온 뒤에 밥을 어떻게 할까 하고 망설인다. 짐가방을 풀고 부엌살림을 건사하다 보면 힘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설피 먹고 어설피 고픈 아이들을 그대로 둘 수 없다. 부엌 벽에 붙인 그림을 바라보며 새롭게 기운을 내기로 한다. 다리가 호들호들하지만 견딜 만하다. 아니, 다리뿐 아니라 팔도 호들호들하고 저리지만, 칼질을 못 할 만하지 않다.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가 저자마실을 마친 뒤에 어떻게 저녁까지 알뜰히 차리고 집안일을 다 하셨는가 하고 돌아본다. 아이들은 차츰차츰 자라는 동안 여러모로 심부름을 하고 스스로 버스 자리에도 앉으며, 버스에 올라타고 내릴 줄 안다. 곰곰이 따지면 아이들이 자라는 결을 지켜보면서 늘 새롭게 힘이 솟는다. 그래, 이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기운을 새로 내려고 나는 오늘 여기에서 어버이 자리에 있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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