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13. 물감짜기
누구나 붓을 쥐면 그림쟁이가 되어요. 때로는 그림꾼이 되고, 때로는 그림님이 되지요. 때로는 그림지기가 되고, 때로는 그림넋이 빛나요. 어느 때에는 그림숨을 쉬고, 어느 때에는 그림바람을 마시며, 어느 때에는 그림놀이를 즐겨요. 무엇을 그려야 할는지를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마음속으로 흐르는 이야기를 가만히 떠올리면서 즐겁게 붓을 놀리기도 해요. 그런데, 때때로 그림보다 물감짜기가 한결 재미납니다. 한창 물감만 짜느라 바빠 그림은 뒷전으로 밀리기도 합니다. 얘야, 그림을 그리니 물감만 짜니? 물감 짜는 놀이를 하니? 물감을 미리 짜 놓기만 하면 말라서 못 쓸 수 있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사진넋/사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