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기우기



  봄가을에 입는, 그렇지만 나는 한겨울에도 입는 얇은 바지를 기운다. 엉덩이 쪽이 해져서 튿어졌다. 바지 밑단을 가위로 오려서 엉덩이 쪽에 대고 기운다. 바지 밑단이 살짝 길면 이렇게 쓸 수 있네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나중에 이 바지가 더 해져서 더 튿어지면 바지 밑단을 자꾸 오려서 위쪽에 대야 할 테고, 그러면 저절로 반바지가 되겠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입던 바지를 더는 기울 수 없을 무렵에야 비로소 새 바지를 장만하는데, 문득 돌아보니 이 바지도 열 해 남짓 입었구나 싶다. 2016.2.1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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