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문을 활짝 연 겨울 끝자락



  그제 낮부터 도시로 돌아가는 자동차가 줄을 잇는다. 어제 아침하고 낮에 가장 많이 도시로 돌아갔지 싶다. 오늘은 아침부터 온 마을이 조용하다. 엊저녁에는 바람이 좀 분다 싶더니, 오늘은 바람조차 잠든다. 겨울볕이 무척 포근하다. 뒤꼍 뽕나무 둘레에는 어느새 쑥이 돋는다. 아주 어린 쑥이기에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월 한복판으로 접어드는 겨울볕은 보드라우면서 곱다. 방문을 열고 마루문을 연다. 오늘은 방바닥에 놓은 깔개를 걷어서 방바닥부터 훔친 뒤에 깔개를 빨기로 한다. 먼지를 뒤집어쓴 몸을 찬물로 씻는데 처음에는 아차차 싶더니 나중에는 아무렇지 않다. 바야흐로 전남 고흥은 봄을 코앞에 둔 막바지 겨울이다.


  방석 넉 점을 마당에 내놓는다. 함께 청소를 해 준 아이들은 고샅을 달리면서 놀고, 나는 옷을 모두 갈아입고는 기지개를 켠다. 두 아이가 먹고 남긴 그릇을 치운다. 노래를 크게 틀고 집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4349.2.1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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