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 문명의 뿌리 (웬델 베리) 한티재 펴냄, 2016.1.25. 19000원
아침에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고서 옆에 가만히 앉아 《소농, 문명의 뿌리》를 읽는데 여러모로 재미있구나 하고 느낀다. 미국 문명 사회에서 왜 전문가를 키우려 하는가 같은 대목을 잘 파헤친 대목에 고개를 끄덕이고, 사람들이 어느 한 가지만 잘 할 줄 아는 전문가로 바뀌는 동안 ‘삶을 누리는 재미’나 ‘살림을 짓는 즐거움’하고 멀어진다고 하는 줄거리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전문가는 언제나 전문가일 뿐 살림꾼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학자는 늘 학자일 뿐 어버이나 어른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사랑은 늘 사랑이고, 살림은 늘 살림이며, 삶은 늘 삶이다. 이 대목을 놓치거나 잘못 안다면 그만 생각도 흔들리겠지. 요즈음은 일본 한자말 ‘소농’을 그냥 쓰지만, “작은 농사”인 ‘소농’은 ‘홀로서기(자급자족)’을 가리킨다. “수수하게 살림을 손수 짓는 기쁨”을 ‘소농’이라는 낱말로 가리키는 셈인데, 얼마 앞서까지는 이를 ‘작은 것이 아름답다’ 같은 말로 흔히 가리켰구나 하고 느낀다. 작은 것이든 소농이든, 바로 내가 손수 짓는 삶·사랑·살림으로 갈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기쁨을 일군다. 2016.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