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델마와 루이스
리들리 스콧 감독, 수잔 서랜든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 1991



  한집에서 살기에 ‘한집 사람’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한집에서 살더라도 마음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남남’이에요. 멀리 떨어진 다른 집에서 살더라도 마음으로 이어지면 ‘한집 사람’이라고 할 뿐 아니라, 이때에는 ‘동무’도 되고 ‘이웃’도 되어요.


  이른바 주민등록등본에 함께 이름이 올라야 ‘한집 사람’이 되지 않아요. 법률로 따지는 뭔가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서로 아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한집 사람’이에요.


  우리한테는 이웃이 있어야 할까요, 동무가 있어야 할까요, 곁에서 서로 지키거나 보살필 님이 있어야 할까요? 아니면,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어야 할까요, 우리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 있어야 할까요, 우리를 바보처럼 다루는 사람이 있어야 할까요?


  영화 〈델마와 루이스〉는 푸름이 나이에는 볼 수 없습니다. 스무 살 나이가 되면 볼 수 있어요. 영화에 나오는 몇 대목 때문에 푸름이한테는 이 영화를 보여주지 못할 만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이 영화에 나오는 몇 대목보다 훨씬 무시무시하거나 끔찍하다’고 할 만한 일이 아주 쉽게 일어납니다. 푸름이뿐 아니라 어린이도 ‘아홉 시 뉴스’뿐 아니라 ‘여느 연속극’만 보더라도 도무지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하다 싶은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모습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 나오는 두 사람 ‘델마’와 ‘루이스’는 어떻게 살 적에 즐거웁다고 할 만할까요? 두 사람 곁에는 누가 어떻게 있을까요? 델마를 ‘아내’라는 자리에 둔 사내는 델마를 ‘곁님’처럼 여길까요? 아니면, 델마를 집안에 고이 모셔 두는 인형이나 노리개처럼 여길까요? 델마와 루이스를 둘러싼 숱한 사내는 이 두 사람을 ‘어떤 숨결’로 바라볼까요?


  기쁨으로 하루를 짓는 삶을 누리고 싶은 두 사람 델마하고 루이스는 이틀 동안 홀가분하게 나들이를 가려고 합니다. 이 나들이는 퍽 오랫동안 생각하고 살피고 챙겼지 싶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한테 다가서는 사내들은 추근거리기만 합니다. 사내들은 ‘재미’를 볼 생각이라고 말하기 일쑤입니다. 그렇다면 ‘재미’란 무엇일까요? 사내들만 재미를 보면 될 노릇일까요? 사내들은 이녁 어머니나 누이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를 한 번도 배운 일이 없을까요? 누가 사내들한테 ‘삶·사랑·살림·사람’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내들 스스로 삶이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이며 살림이 무엇이고 사람이 무엇인가를 배우려 해야 하지 않을까요? 왜 수많은 사내들은 스스로 ‘삶·사랑·살림·사람’을 배우려 하지 않으면서 ‘재미’부터 찾을까요? 사내만 혼자 재미를 보면 되는 줄 아는 바보스럽거나 어리석은 몸짓은 언제부터 뿌리를 내렸을까요?


  집안에 꽁꽁 갇혀서 지내야 하던 델마는 스스로 집안을 뛰쳐나온 뒤 차츰 ‘들바람’을 쐬면서 씩씩해집니다. 늘 똑같은 일만 해야 하던 루이스는 델마를 다독이거나 나무라다가 어느덧 스스로 ‘포근한 숨결’을 마음속으로 그리는 몸짓으로 거듭납니다. 두 사람은 차츰 ‘스스로 서는 사람’으로 달라집니다. 누가 누구를 챙겨 주거나 돌봐 주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 아끼고 어루만질 수 있는 삶으로 피어나려 합니다.


  다만, 수많은 사내는 이 두 사람 앞에서 ‘총을 들고’ 나타나지요. 사내들은 좀처럼 총을 내려놓을 줄 몰라요. ‘말로 하자’고 하면서도 손쉽게 ‘주먹’을 휘두르는 사내입니다. ‘말로 하자’면서 으르렁거리듯이 달려들기만 하는 사내입니다. ‘말로 하자’면서 두 가시내를 잔뜩 둘러싸서 총으로 겨누기만 하는 사내입니다.


  델마하고 루이스는 꿈을 꾸고 싶습니다. 델마하고 루이스는 ‘목숨만 달랑달랑 붙은 채 끌려다니는 종살이’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지으면서 살림을 가꾸는 하루’를 누리고 싶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아름다운 밤’과 ‘아름다운 별’과 ‘아름다운 숲(그랜드 캐넌)’을 마주한 두 사람은 가슴 벅차게 오르는 눈물하고 웃음을 지으면서 두 손을 꼬옥 잡고 자동차를 힘껏 달려서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총을 들지 않은 사내’ 한 사람만 델마하고 루이스가 어떤 마음인지를 읽지만, 사내 한 사람 힘으로는 델마하고 루이스를 붙잡지 못합니다. 사내들은 가시내가 없는 지구별(사회)이 어떤 모습이 될는지를 도무지 모릅니다. 2016.2.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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