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을 잊은 몸짓
아버지가 철을 잊고 살면 아이도 철을 잊고 산다. 아버지가 철을 알고 살면 아이도 철을 알며 산다. 한겨울에도 웬만하면 양말을 안 신다가 요즈음은 양말을 꼬박꼬박 신으려 한다. 아이들이 자꾸 아버지를 흉내내기 때문이다. 지난가을에도 겨울을 코앞에 두고 집에서 반바지만 입으니 작은아이도 아버지를 흉내내어 반바지에서 안 벗어나려 했다. 이 아이가 긴바지를 입도록 하려면 아버지도 긴바지를 입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이한테 상냥하면? 아이도 아버지한테 상냥할 테지. 다만, 아이는 아버지가 썩 상냥하지 못할 적에도 한결같이 상냥한 몸짓을 보여주곤 한다. 이런 일을 겪을 적에는 늘 ‘아차!’ 하고 느끼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잡으려고 한다. 아이들은 늘 제 어버이한테 상냥한 몸짓으로 삶을 가르쳐 주네 하고 깨닫는다. 4349.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