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이 다하면 드러누워야
한겨울에 빨래터·샘터를 치우는 일은 퍽 힘이 든다. 햇볕이 아주 포근하지 않은 날에는 찬물에 발을 담그며 막대수세미로 물이끼를 걷어내고 나면 손발이 꽤 시리다. 물이끼를 모두 걷어내어 말끔한 빨래터랑 샘터를 바라보면서 손발을 말리노라면, 그리 멀잖은 지난날에 이 나라 어머니와 누이가 한겨울에 찬물에 손발을 담그면서 어떤 일을 해야 했는가를 새삼스레 느낀다. 어제 하루도 신나도록 바쁘게 움직이면서 온몸에 기운이 다했고, 저녁에 아이들이랑 촛불보기를 하고 나서 까무룩 곯아떨어졌다. 잠이란 얼마나 고마운지, 아무리 힘을 많이 쓰고 나서 드러눕더라도 몇 시간쯤 지나면 새로운 기운을 베풀어 준다. 쉴 수 있는 잠자리, 잠들 수 있는 보금자리, 꿈을 꿀 수 있는 이부자리란 얼마나 기쁜가 하고 돌아본다. 4349.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