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01] 심는다
달력을 보면 나무를 심는 날이 따로 있어요. 그런데 달력에는 ‘나무심기’ 같은 말은 안 쓰고 ‘식목일’이라는 한자말을 써요. ‘나무날’이나 ‘나무심기날’ 같은 이름을 쓰면 한결 재미있을 텐데요. 우리는 나무도 심고 씨앗도 심어요. 때로는 꽃을 심고, 꽃씨를 심지요. 씨앗을 심기에 ‘씨앗심기’이거나 ‘씨심기’예요. 씨앗 가운데에는 우리가 따로 심어야 하는 씨앗도 있지만, 술술 뿌려도 되는 씨앗이 있어서, 이때에는 ‘씨뿌리기’라는 말을 써요. 땅에 씨앗이나 나무를 심는 모습을 빗대어 우리 마음에 생각을 심는다고도 말해요. 이른바 ‘생각심기’라고 할 텐데,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고이 헤아리면서 생각을 심지요. 생각을 심는 일은 ‘꿈심기’라고 할 만합니다. 이루려는 꿈을 생각으로 심으니까요. 이런 모습을 돌아본다면 ‘사랑심기’라든지 ‘마음심기’라든지 ‘믿음심기’라든지 ‘웃음심기’ 같은 말도 한결 살뜰히 쓸 수 있어요. 즐겁게 가꾸어서 기쁘게 거두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심을 만해요. 내 손길에 따스한 숨결을 담아서 씨앗을 심고, 우리 손마다 넉넉한 바람결을 실어서 꿈도 사랑도 노래도 이야기도 심어요. 4349.1.2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