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98] 눈 ㄷ



  가을로 접어들면서 풀은 시들고 잎은 마르면서 져요.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가랑잎이 되어 떨어지는 잎이 있고, 아직 마르지 않았지만 먼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뒤 땅바닥에서 차츰 시드는 잎이 있어요. 이렇게 나뭇잎이 지면 나무는 앙상해서 마치 죽은 듯이 보일 수 있어요. 그러면 잎이 모두 진 나무 곁으로 다가서서 찬찬히 들여다보셔요. 겨울을 앞둘 무렵부터 돋는 싹을 새롭게 볼 수 있어요. 긴 겨울 내내 찬바람을 먹으면서 씩씩하게 꿈을 키우려는 눈이 있어요. 이 눈을 가리켜 ‘겨울눈’이라 해요. 새봄에 새롭게 깨어나려고 하는 눈이니 ‘새눈’이나 ‘봄맞이눈’이라 할 수도 있고, 나무마다 맺는 ‘나무눈’이라 할 텐데, 꽃이 되려는 ‘꽃눈’이 있고, 잎이 되려는 ‘잎눈’이 있어요. 꽃이 먼저 피는 매화나무에는 꽃눈이 먼저 나고, 잎이 먼저 돋는 모과나무에는 잎눈이 먼저 나요. 둘이 넘는 싹이 함께 돋는다면 ‘겹눈’이고, 한 싹만 돋는다면 ‘홑눈’이에요. 이러한 눈은 씨앗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우리가 늘 먹는 밥을 가만히 살펴봐요. 노란 ‘씨눈’이 있나요? 노란 씨눈은 바로 새롭게 태어날 바탕이 될 숨결이랍니다. 우리가 마음에 담는 생각은 바로 씨눈하고 같아요. 씨눈 같은 생각을 키우면서 하루를 새롭게 열어 삶을 가꾸지요.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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