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97] 눈 ㄴ
밤새 눈이 내려요. 눈으로 하얗게 덮인 ‘눈길’이 고와서 얼른 옷을 껴입고 나와서 내 발자국을 하나둘 찍어요. ‘눈송이’를 뭉쳐서 ‘눈싸움’을 하고, ‘눈뭉치’를 모아서 ‘눈사람’을 굴려요. ‘눈덩이’를 단단하게 다져서 ‘눈집’을 지어 볼까요. 온통 새하얀 ‘눈나라’가 되니 자동차도 버스도 꼼짝하지 못해요. 어른들은 일터에 가기 어렵다면서 발을 동동 구르지만 이런 날은 하루쯤 일을 쉬고 어린이랑 함께 ‘눈놀이’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요. 펄펄 내리는 함박눈을 입을 헤 벌리면서 받아먹고, 송이송이 떨어지는 눈을 바라보면서 사진도 찍어요. ‘눈삽’을 챙겨서 눈을 슥슥 밀면 걸어다닐 자리가 생겨요. 넉가래를 쓰면 ‘눈더미’를 한쪽으로 밀어서 쌓기에 좋아요. 눈을 함빡 뒤집어쓴 나무에는 ‘눈꽃’이 피네요. 우리 마을도 이웃 마을도 모두 ‘눈누리’가 되니, 다 함께 ‘눈마을’이 된 셈이에요. 겨울에는 ‘겨울눈’이 내리고, 봄에는 ‘봄눈’이 내리며, 가을에는 ‘가을눈’이 내리지요. ‘첫눈’이 오기를 기다렸고, ‘막눈’이 내리면 아쉬워요. 폭신폭신한 눈길을 걸을 만한 ‘눈신’을 챙겨서 눈마실을 다녀 볼까요. 이 흰눈처럼 맑고 하얀 마음이 되고 싶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님’한테 꿈을 빌어요.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