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92] 뜯는곳



  과자나 라면은 으레 봉지에 담아서 팔아요. 과자나 라면을 뜯을 적에 잘 살피면 어느 한쪽에 조그마한 글씨로 적힌 ‘뜯는곳’이라는 말을 볼 수 있어요. 우유 같은 마실거리라면 한쪽에 잔글씨로 적힌 ‘여는곳’이라는 말을 볼 수 있고요. 때로는 ‘따는곳’이나 ‘찢는곳’이라는 말이 적힐 수 있어요. 예전에는 이런 자리에 ‘개봉선’ 같은 한자말만 적혔지만 요새는 어린이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쉬운 한국말로 고쳐서 적어 놓아요. 언뜻 보기에는 아무것이 아니라 할 만한 말마디이지만, 이런 자리에 어떤 말을 적어 놓느냐에 따라서 쓰임새가 무척 달라지겠지요? 어린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적어 놓은 과자하고 어린이가 알아듣기 어렵거나 못 알아들을 만한 말을 적어 놓은 과자는 사뭇 다를 테니까요. 맞붙은 것을 뗀다고 할 적에 ‘뜯는다’고 해요. 맞붙든 맞붙지 않든 잡아당겨서 가를 적에는 ‘찢는다’고 하고요. 서울말은 ‘뜯다’이고, 사투리로 ‘튿다’를 써요. 바느질을 한 자리가 풀릴 적에 ‘뜯어지다’라고도 하고, ‘튿어지다’라고도 해요. 몸에 꽉 끼는 옷을 입고 너무 신나게 뛰놀면 옷이 뜯어지거나 튿어질 수 있어요. 4349.1.2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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