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화책 VOL.1
새미 하캄 외 지음 / 새만화책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새만화책 1호
- 펴낸곳 : 새만화책(2006.1.20.)
- 책값 : 10000원

 만화를 산업으로 여겨 돈을 벌 수 있는 일거리나 장치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책이든 영화든 연극이든 춤이든 노래이든 돈벌이로 삼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는 돈벌이에 앞서 문화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는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과 살고 있는 지금과 살아갈 앞날을 담아내는 문화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화로 돈을 벌 수도 있고 돈을 벌어도 좋지만, `우리 삶을 담는' 문화임을 잊어서는 안 되고, 돈에 앞서 누구나 즐겁게 누리고 맛보는 문화임을 내던져서는 안 돼요.

 나라에서 만화를 문화산업이라면서 뒷배합니다. 만화를 가르치는 학교도 열고 여러모로 돕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나라에서 뒷배하거나 돕는 만화란 `나라 안팎에 팔아먹을 수 있는 작품'에 그칩니다. 작품을 그리는 이 스스로 자기 세계를 가꾸고 넓히면서 보듬지 못하고, 작품을 즐길 이 나름대로 다 다르면서 고유한 세상을 맛보는 쪽으로 나아가지 못해요.

 만화를 그리도록 돈이나 물질로 돕는 일은 좋지만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 마음과 삶을 가꾸는 데에는 눈길을 못 두기 때문일까요? 생각해 보면, 이 나라에서는 대학교에 들어간 뒤 회사원이 될 사람을 키우는 제도권 교육만 있지, 대학교에 안 가고 사회살이를 하는 사람을 가꾸는 교육이 없습니다. 고등학교만 마치는 아이들이 저마다 다 다른 일감을 찾아 즐겁게 자기 삶을 가꾸도록 이끄는 교육이 없고, 자기 세계를 들여다보고 이웃 세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을 가꾸도록 돕는 교육도 없습니다. 이런 판에 그려지는 만화란 어떤 만화일까요? 판에 박히지 않고 틀에 박히지 않으며 뻔하디뻔한 짜임새를 넘고 물이 흐르듯 출렁출렁 자유로운 이야기를 도란도란 건네는 만화가 나올는지요?

 《새만화책》은 판에 박은 듯, 틀에 박힌 듯, 뻔하디뻔할 짜임새를 딛고 서서, 이 땅에서 새로운 만화 문화를 고유하게 가꾸고픈 마음으로 묶어내는 만화 잡지입니다. 이제 겨우 첫발을 디딥니다. 얼마나 오래 `버틸'지 모릅니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도 좋습니다. `새' 만화, `자유로운' 만화, 그리는 이와 보는 이 모두 즐거울 수 있는 만화, 우리 삶과 세상 이야기를 수수하고 털털하게 담아내는 만화를 딱 한 번, 어느 한 권에 담을 수만 있더라도 빛을 본 셈이요 뜻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화책을 보면서 느끼는 문제는, 이렇게 `다르면서 새로운' 만화밭을 가꾸려는 말만 넘치고 몸소 나서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첫 호를 낸 《새만화책》은 첫 호만으로도 반갑고, 앞으로 2호 3호 4호가 나온다면 그때마다 새로운 틀과 짜임새로 반갑겠구나 싶습니다. (4339.2.11.흙.ㅎㄲㅅㄱ)


- 1권에 만화와 이야기 실은 사람 : 새미 하캄, 앙꼬, 권용득, 고영일, 이경석, 김수박, 조지은, 김한민, 김은성, 뤼도빅 드뵈름, 아사카와 미쓰히로, 다쓰미 요시히로, 하나와 가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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