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90] 가시내와 머스마



  시골에서는 ‘가시내’나 ‘가시나’ 같은 말을 쓰고, ‘머스마’나 ‘머스매’ 같은 말을 써요. 서울말로 친다면 ‘계집’하고 ‘사내’이지요. 한자말로는 ‘여자’와 ‘남자’이고요. 나라마다 말이 달라서 영어로는 ‘우먼’이랑 ‘맨’이라고 해요. 영어와 한자말과 한국말을 놓고 본다면, 높거나 낮은 말이 따로 없어요. 모두 저마다 다른 삶자리에서 다른 삶으로 쓰는 말이랍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꽤 오래 이웃나라한테 짓눌리는 식민지를 살아야 했고, 이에 앞서는 중국을 섬겨야 하는 정치가 있었어요. 이 때문에 이웃나라한테 짓눌리던 무렵에는 일본말하고 일본 한자말 물결에 한국말이 억눌렸고, 중국을 섬기던 정치가 있던 때에는 중국말하고 중국 한자말 물결에 한국말이 짓눌렸지요. 설 자리가 아슬아슬한 채 흘러온 한국말이던 셈인데, 교과서나 책이나 방송에서 ‘가시내(가시나·계집)’라든지 ‘머스마(머시매·사내)’ 같은 한국말을 잘 안 쓴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말은 오래도록 삶과 살림과 사람과 사랑을 담아서 나누던 말이에요. 시골에서는 시골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오늘도 꾸준히 쓰는 말이고요. 4349.1.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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