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87] 테가 없는 안경



  한여름에 접어들면 소매가 짧은 옷조차 덥구나 싶습니다. 무릎에 닿는 바지나 치마마저 덥다고 느낄 만해요. 그래서 깡똥한 바지나 치마를 걸치기 마련이고, 웃옷으로는 소매가 없는 옷인 ‘민소매옷’으로 입기 마련이에요. 먼 옛날에 이 땅에서 살던 사람들이 쓰던 질그릇이 때때로 땅밑에서 나오곤 해요. 이때에 질그릇에 빗살로 된 무늬가 있으면 ‘빗살무늬’라 일컫고, 아무런 무늬가 없으면 ‘민무늬’라 일컫지요. ‘민-’이라고 하는 낱말은 아무것도 딸리지 않는다고 하는 모습을 가리킬 적에 앞에 붙여서 써요. 이를테면 ‘민머리·민낯·민달팽이·민물·민줄·민패’처럼 씁니다. ‘민-’하고 비슷하게 ‘맨-’이라는 낱말이 있어요. ‘맨-’은 아무것도 함께 섞이지 않는다고 할 만한 모습을 가리킬 적에 쓰지요. 이를테면 ‘맨손·맨몸·맨살·맨바닥·맨눈·맨다리·맨땅·맨주먹’처럼 쓰지요. 그러면 우리가 쓰는 안경 가운데 “테가 없는 안경”에는 어떤 이름을 붙이면 잘 어울릴까요? ‘테없는 안경’처럼 쓰면 어울릴까요, 아니면 ‘민테 안경’처럼 쓰면 잘 어울릴까요? 4349.1.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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