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병 깨진 날



  어제 아침에 여느 날처럼 파란 물병에 물을 받아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놓았다. 파란 물병에 햇볕이 잘 스며들어 따뜻해지면 이 물병을 들여놓아야 하는데 어제는 살짝 바깥마실을 다녀오면서 깜빡 잊었다. 마당에 넌 행주는 걷었지만 파란 물병을 바깥에 내놓은 줄 조금도 생각을 못했고, 밤을 지나 새벽녘에 섬돌 둘레에 쌓인 눈을 치우다가 문득 알아챘다. 그런데 밤새 물병이 얼어서 터지고 말았다. 이 겨울 동안 고흥에서는 물이 어는 일조차 없었기에 저녁이 되어도 파란 물병을 들이지 못한 줄 못 깨달았어도 여태 물병이 얼어서 터지는 일이 없었다. 날이 아주 포근하다고 해서 그만 마음을 놓고 말았네. 무엇이 그리 바빠서 물병을 못 챙겼을까. 바보스러운 엊저녁 살림을 돌아본다. 밤새 눈이 마당에 쌓였으니 아이들은 아침에 아주 기뻐하겠구나. 4349.1.1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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