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탄생 (사이먼 윈체스터) 책과함께 펴냄, 2005.4.25. 14900원
책이나 사전이 없었어도 말은 있었다. 책도 사전도 없었더라도, 글조차 없었더라도 말은 있었다. 그런데 글이 태어나고, 책이 나오고, 사전까지 나오면서 말은 비로소 새로운 숨결을 얻는다. 《영어의 탄생》은 영어라고 하는 말이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어떻게 새로운 숨결을 얻는가 하는 대목을 매우 잘 보여준다. 일흔한 해에 걸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땀을 흘려서 일군 ‘옥스포드 영어사전’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는데, 영어사전 못지않게 이 책을 쓴 사람도 이 책을 한국말로 옮긴 사람도 무척 땀을 쏟았겠구나 하고 느낀다. 참말로 말이란 무엇이기에 사전을 엮고 사전 이야기를 쓰며 사전 이야기를 옮길까. 아무래도 말은 그저 ‘기호’가 아니라 ‘생각을 담는 씨앗’이기 때문이리라. 삶을 짓는 바탕이 되는 생각을 나타내면서 새로운 이야기로 나아가도록 북돋우는 씨앗이기에, 이 말 한 마디를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슬기를 모으고 힘을 모았을 테지. 다만, 《영어의 탄생》이라는 책은 목숨줄을 오래 잇지 못하고 새책방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다. 4349.1.1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