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그릇을 장만해서



  큰아이 국그릇이 언제부터인가 이가 살짝 나갔다. 이 국그릇을 설거지하던 어느 날 저녁, 몹시 고단한 몸에도 설거지를 끝끝내 마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다가 그만 톡 놓쳤다. 개수대에서 수세미질을 하다가 내 손에서 살짝 밑으로 떨어진 큰아이 국그릇은 마침 이가 나간 자리로 다른 그릇하고 부딪히면서 쨍그랑 소리를 내며 두 동강이 났다.


  그동안 장만해 두기는 했어도 안 쓰고 부엌 여기저기에 흩어지면서 쌓인 그릇이 있다. 그런데 어쩐지 새 그릇을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부엌 살림을 차근차근 새로 치우고 갈무리하기도 하면서 네모난 새 접시를 장만한다. 큰아이 국그릇만 새로 장만할 수 없어서 두 아이가 쓸 국그릇을 한 벌씩 새로 장만한다. 요즈음 살림돈이 퍽 빠듯한데 어쩐지 새 접시 하나랑 국그릇 둘을 장만하고 싶었다.


  네모난 접시에 감알을 썰어서 담기도 하고, 풀무침을 얹기도 하고, 과자를 놓기도 하고, 빵을 구워서 올리기도 한다. 새로 장만한 접시는 브라질에서 왔다는데 무늬가 퍽 곱다. 폴란드에서 온 접시하고 대면, 브라질 접시는 값이 1/20도 안 된다. 굳이 값을 따질 일은 없지만, 접시가 되어 준 흙이 우리 지구별 어느 곳에서 어떤 이웃 손길을 타고 여기까지 왔는가 하고 헤아려 본다. 4349.1.1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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