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78. 왼손 칼질



  부엌에서 아침을 짓는데 큰아이가 옆에 서서 이것저것 묻고 지켜본다. “아버지, 미역국 해?” “응.” “그런데 왜 물 안 부어?” “응, 미역국은 먼저 참기름을 살짝 붓고 살살 볶다가 물을 부어서 끓이면 더 맛있거든.” “아, 그렇구나.” “아버지는 왜 오른손으로만 칼로 잘라?” “음, 왜 그럴까?” “모르겠어.” “모르니까 생각해 봐.” “그래도 모르겠는데.” “모르니까 생각해 봐야지.” “오른손으로 잘 해서?” “아니.” “그럼?” “벼리가 연필로 편지를 쓸 때 어느 손으로 써?” “오른손.”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어때?” “삐뚤삐뚤해.” “칼도 오른손으로 자르면 오른손으로 잘 자르고, 왼손으로 자르면 왼손으로 잘 잘라. 더 빨리 자르려고 오른손으로 해. 그렇지만, 그보다는 왼손으로 자를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오른손으로 익숙한 대로 칼을 써.” “응.” “자 봐. 왼손으로 칼을 쥐었지?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똑같아. 머리는 칼 위에 놓고 똑바로 칼등을 바라보면서 썰어야 해. 이렇게 하면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다 똑같이 잘 썰 수 있어.” 여덟 살 큰아이가 묻는 말에 대꾸를 하다가 거의 처음으로 왼손 칼질을 해 보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 그냥 해 보면 되네. 4348.12.3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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