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두 아이 (2015.12.25.)
완성형 글판으로는 칠 수 없는 이름을 붙인 종이인형을 둘 빚는다. 작은아이가 입을 한껏 벌려서 소리를 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 + ㅑ + ㄹ’이랑 ‘보 + ㅑ + ㄹ’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두 종이인형은 ‘옷’을 입는다. 두 종이인형이 사는 나라에서는 치마나 바지라는 이름이 아닌 ‘옷’이라는 이름만 쓰고, 누구나 같은 옷을 즐겁게 입는다. 이 종이인형이 온 나라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갖고 싶은 머리카락 빛깔대로 태어나고, 눈 빛깔이며 살갗 빛깔이며 모두 스스로 골라서 태어난다. 두 아이는 가슴 가득 서로 아끼는 별숨하고 사랑숨하고 꽃숨을 품는다. 이 숨결로 온누리에 이야기잔치를 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