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서 버스를 타기



  집에서 면소재지까지 걸어갔다. 오 킬로미터 남짓 되는 길을 두 아이가 씩씩하게 걸었다. 면소재지에 거의 닿을 무렵 발이 아프다고 해서 한 아이씩 살짝 안고서 걷기도 했다. 가볍게 날듯이 걷는 두 아이는 이만 한 길이 이제는 하나도 대수롭지 않다. 다섯 살 아이는 끝까지 씩씩하게 걸었다. 면소재지 가게에 들러 과자 한 점을 사 준 뒤에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덟 살 아이는 걸상에 누워서 자도 되느냐고 물었다. 고단하다고 할 만한 길은 아니었지만 수월하다고 할 만한 길도 아니었겠지.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한 발자국씩 내딛으면서 함께 자란다. 스스럼없이 걷고, 씩씩하게 노래하고, 즐겁게 버스나 자동차를 얻어서 타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다시 새로운 넋으로 가다듬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4348.12.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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