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76. 사회 배우기



  우리는 한여름이든 한겨울이든 마을 빨래터에 가서 물이끼를 치운다. 물이끼 치우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아이는 동생 겉옷을 들어 준다. 동생이 아직 어리기도 하고, 막대수세미만 들고 놀고 싶어하니까. 사회를 배우기 앞서 집에서 사랑을 배운다면 사회를 얼마든지 ‘사랑스레’ 배우리라 생각한다. ‘질서’나 ‘도덕’이나 ‘예의’를 배우지 않더라도 ‘사랑’을 배우면 언제 어디에서나 한결같이 고운 숨결로 노래하듯이 따사로운 마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질서를 배우는 사람은 질서를 알고, 도덕을 배우는 사람은 도덕을 알 테지만, 질서와 도덕에만 얽매인 채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있구나 싶다. 사랑은 없이 예의만 차린다면, 사랑은 없는데 규칙만 잘 지킨다면, 이러한 사람은 참말 어떤 마음이거나 어떤 모습이거나 어떤 몸짓이 될까? 4348.12.2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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