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씻기는 어버이는



  아이를 씻기는 어버이는, 아이를 다 씻긴 뒤에 빨래를 한다. 아이들이 벗은 옷가지가 한꺼번에 잔뜩 나오고, 어버이도 이때에 ‘씻기고 남은 물’로 씻으니까 여러모로 빨랫감이 많다. 여름이라면 그럭저럭 시원하게 찬물로 빨래를 하고, 겨울에는 따순물을 써서 손이 안 얼도록 한다.


  두 아이하고 살아온 여덟 해를 돌아보면, 이 아이들하고 살기 앞서는 ‘아이를 씻긴 뒤’에 무엇을 하는지, 또는 아이를 어떻게 씻기는가 같은 대목을 하나도 몰랐다. 아이하고 살며 아주 부드럽게 씻기고 빨래하고 밥하고 하는 흐름이 생긴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하니, 얼마 앞서까지 해도 아이들을 씻기고 빨래하고 밥하는 동안 등허리가 몹시 결리면서 고단하네 했는데, 이제는 그냥저냥 신나게 한다. 얼마 앞서까지는 아무래도 좀 ‘바쁘게’ 씻기고 빨래를 했다면, 이제는 한결 차분하고 느긋하게 씻기고 빨래를 하기 때문에 똑같은 일을 해도 새로운 마음이 된다고 할까.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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