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책읽기



  며칠 앞서 용인 쪽에 있는 어느 수련관에 가서 이틀 동안 배움마실을 했다. 이 배움마실을 다녀오면서 곰곰이 돌아보았다. 배움마실을 함께 가는 이웃님이 퍽 많은데, 내가 배우는 대목을 다른 이웃님이 똑같이 배우지는 않는다. 이웃님이 배우는 대목을 내가 똑같이 배우지도 않는다. 서로 똑같이 배우는 대목이 있지만, 어느 한 가지를 배운다고 할 적에도 배우는 얼거리와 몸짓이 다르다. 한 사람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배우고, 다른 한 사람은 머릿속에 글씨나 숫자를 넣으면서 배운다. 또 다른 사람은 귀로 가만히 들으면서 배운다.


  한 가지에서 두 가지나 세 가지를 배우는 사람이 있고, 한 가지에서 열 가지를 배우는 사람이 있다. 한 가지에서 오직 한 가지만 배우는 사람이 있고, 한 가지를 놓고 좀처럼 못 배우는 사람이 있다.


  한 가지에서 열 가지를 배우기에 더 잘 배운다고 할 수 없다. 한 가지조차 좀처럼 못 배운다고 해서 더 못 배운다고 할 수 없다. 빨리 배우지도 않고 늦게 배우지도 않는다. 저마다 알맞게 때를 살펴서 스스로 받아들이는 배움마실이다.


  내가 오늘 이 책을 읽었기에 너도 오늘 이 책을 읽어내야 하지 않다. 네가 오늘 이 책을 읽었으니 나도 오늘 이 책을 함께 읽어내야 하지 않다. 그러나 너와 나는 어느 책 하나를 놓고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저마다 읽은 아름다운 책에 흐르는 아름다운 숨결을 함께 마시자고 하는 사랑스러운 뜻을 나눌 수 있다.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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