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려면



 시골집을 떠나서 홀로 시외버스를 타고 바깥일을 나오며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려면 책에 오롯이 마음을 쏟아야 한다고 느낀다. 버스가 덜컹거리든 말든 아랑곳하지 말 노릇이고 전철이 시끄럽다고 여기지 말 일이다. 둘레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소리나 모습이나 빛이나 움직임 따위에 마음을 안 뺏기거나 안 기울일 수 있으면 책을 읽는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책을 그냥 즐겁게 읽으면 된다. 온마음을 내가 손에 쥔 책한테 기울여 주면 된다. 책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책이 보여주는 춤사위를 느끼며 책이 밝히는 길에 온눈을 바칠 적에 책을아름답게 누린다. 4348.12.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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