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마실을 마친 밤



  곁님 어머니하고 곁님 동생 식구하고 함께 배움마실을 다녀온다. 이틀 동안 모두 씩씩하게 새로운 배움길을 걸었다. 나이가 제법 있는 사람들이 나선 배움길이란 삶을 스스로 새롭게 짓거나 가꾸려고 하는 길이다.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만 배우는 길을 닦을 노릇이 아니라, 서른이건 쉰이건 일흔이건 삶을 사랑하려는 꿈이 있으면 누구나 기쁘게 배울 노릇이라고 느낀다.


  배움마실을 히단 엊저녁에 뮤패드 태블릿으로 글을 좀 쓰려는데 무선자판은 갑자기 건전지가 다 닳아서 못 쓰고, 유선다람쥐는 갑자기 먹통이 되었다. 이놈들이 왜 이러나 하고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문득 알아차렸다. 새로운 삶을 배우려고 하면서 내 몸에서 나오는 전자기장이 이 아이들을 이렇게 해롱거리게 했구나 하고.


  이제 오늘 밤 잘 자고 이튿날 새벽에 서울로 전철을 타고 가서, 아침 여덟 시 버스를 신나게 타고 고흥으로 돌아가야지. 사흘 밤을 아버지가 바깥에서 자며 배움마실을 하느라 두 아이가 몹시 기다리겠네. 그동안 모두 재미있게 놀았기를 빌고, 아버지가 시골집으로 돌아가면 아주 재미나게 새로운 마음이 되어 놀아야지. 4348.12.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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