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권쯤이야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길에서 책을 다섯 권 읽었다.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이쯤 넉넉히 읽으리라 생각한다. 집안일을 안 애도 되기에 책을 한결 빨리 읽지는 않는다. 그저 온마음을 여기에 모을 만하니 가벼운 바람결 같은 손길이 되어 책을 읽는다.

  곁님 어머님하고 전철을 타고 시외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동안에는 한 줄조차 안 읽는다. 곁에 이야기를 나눌 숨결이 있으니 책에 마음을 쏟을 일이 없다. 크게 보면 사람은 모두 사람책이니, 곁에 있는 님하고 도란도란 빚는 이야기는 언제나 고우면서 사랑스러운 책이다. 시골에서는 마당하고 밭하고 숲이 책 노릇을 한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 어버이로서 아이들이라고 하는 온누리에서 가장 맑고 밝으며 고운 책을 하루 내내 마주한다. 참말 아이들이란 어른들한테 둘도 없는 보배 같은 책이다. 아이들로서도 제 어버이가 온누리에서 가장 사랑스러우며 포근한 책이 될 테고. 4348.12.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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