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못하는 마음



  믿지 못하는 마음이라면 처음부터 하나도 믿지 않습니다. 믿는 마음이라면 처음부터 모두 믿습니다. 내가 너를 믿으려 하기에 나는 너를 믿을 수 있습니다. 내가 너를 믿으려 하지 않기에 나는 너를 믿을 수 없습니다. 이런 것을 보여주거나 저런 말을 들려주어야 믿을 만할까요? 아니지요. 믿음은 언제나 마음에서 마음으로 흐르는 숨결입니다.


  배우지 않으려는 마음이라면 처음부터 하나도 배우지 않습니다. 배우려는 마음이라면 처음부터 모두 배웁니다. 내가 너를 가르치기에 네가 나한테서 배우지 않습니다. 네가 나를 가르치기에 내가 너한테서 배우지 않습니다. 배움이란 서로 마음으로 하나가 되려고 하는 몸짓일 때에 이룹니다. 놀라운 스승이나 멋진 책이 있어야 배우지 않아요. 모든 지식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마음을 열 때에 배웁니다.


  사랑하지 않으려는 마음이라면 처음부터 하나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려는 마음이라면 처음부터 모두 사랑합니다. 어버이가 아이를 어떻게 사랑할까요? 아이가 어버이를 어떻게 사랑할까요? 이것을 해야 사랑이고, 저것을 하면 안 사랑이지 않습니다. 이것을 하든 안 하든, 저것을 못 하든 해내든, 그저 사랑은 사랑입니다.


  누군가 나를 믿지 못한다면, 나는 나를 안 믿는 그 사람이 나를 믿게 할 길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요. 내가 누군가를 믿지 못한다면, 그 사람이 나한테 아무리 이것을 하고 저것을 한들 믿지 못해요. 내가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으니까요. 마음을 먹어야 비로소 실타래를 풀면서 차근차근 삶을 짓는 사랑으로 거듭나는 사람이 됩니다. 4348.12.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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