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샘터·빨래터를 치우고 나면



  마을 어귀 빨래터와 샘터에 새삼스레 물이끼가 끼었기에 곧 치워야 하는데, 날이랑 날씨를 살피니 어제가 가장 알맞다 싶다. 그래서 가장 포근한 때를 살펴서 해가 쨍쨍 비출 적에 물이끼를 걷어내는데, 어제는 바람이 꽤 세게 불었다. 해가 나더라도 바람이 세게 부니까 맨발로 빨래터에 들어가서 물이끼를 걷을 적에 발이 시렸다. 아이들은 바람이 불든 물이 차든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물놀이를 한다. 옷이 젖든 말든 그리 대수롭지도 않다. 대단한 아이들이라고 여기면서 물놀이를 지켜보다가 ‘아이들은 안 힘들다’고 해도 내가 힘들어서 어느 만큼 놀고서 집으로 돌아간다. 찬바람 듬뿍 쐬고 찬물 한복판에서 물이끼를 걷은 탓인지 세 시간 가까이 끙끙 앓으며 드러누웠고, 이렇게 드러누워서 허리를 펴고 몸을 녹이니 비로소 살아났다. 이 겨울에 빨래터를 안 치워도 되지 않느냐고 할 도시 이웃님이 있을는지 모르는데, 우리 집에서 빨래터를 안 치우면 마을에 계신 일흔∼여든 살 할매가 한겨울에 이 빨래터 물이끼를 치워야 한다. 4348.12.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