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송이를 곁에 두고 싶어서
꽃송이를 곁에 두고 싶은 아이는 종이잔 하나를 얻어서 물을 받은 뒤에 꽃송이를 살포시 얹는다. 꽃송이는 풀밭에 있을 적에 곱게 벌린 이파리로 향긋한 내음을 베푸니까, 사람이 꺾거나 따면 천천히 시든다. 이렇게 물에 담가 놓으면 얼마나 갈까. 그런데 아이가 종이잔에 담근 꽃송이를 바라보다가, 이처럼 물에 띄운 꽃송이는 어른들이 흔히 즐기는 꽃잎차하고 닮았구나 하고 느낀다. 그러게, 아이들은 꽃을 따면서 머리에 꽂거나 물에 띄우면서 놀고, 어른들은 꽃잎을 잘 말려서 차로 끓여서 마시네. 아이나 어른이나 꽃송이를 곁에 두면서 놀고 싶은 마음은 같네. 4348.12.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