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잠꼬대



  밤에 네 시간 가까이 책상맡에 앉아서 글 하나를 새로 쓰고 손질한다. 이제 마지막 손질을 마치고 기지개를 켜려 할 즈음 큰아이가 잠꼬대를 길게 한다. 뭔 잠꼬대를 이리 길게 하는가 싶어서 살그마니 방문을 열고 들여다본다. 작은아이가 자다가 구르며 누나한테 달라붙는다. 누나를 자꾸 옆으로 미는 듯하다. 이리하여 큰아이는 잠결에 꿈나라에서 동생이 장난스레 꼬집거나 밀치는 몸짓으로 시달리는 듯하다. 얼른 작은아이를 다시 데굴데굴 굴려서 제자리에 눕히고, 이불을 찾아서 씌운다. 큰아이도 이불을 걷어차서 저만치 갔다. 아침에 새로 일어나면 이 글을 다시 살펴서 마무리를 짓고 출판사에 넘겨야지. 맛있는 잠꼬대 소리를 들으니 새삼스레 기운이 솟는다. 나도 얼른 즐겁게 꿈나라로 날아가자. 4348.12.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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