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기울이기에 읽는 책



  그냥 손에 쥐어서 들여다보는 책이라 하면, 마음으로 아무것도 스미기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그냥 손에 쥐었으니까요. 그냥 밥상맡에 앉아서 그냥 수저를 들면, 밥상에 아무리 맛나거나 멋진 밥이 놓였어도 밥맛을 제대로 못 느끼거나 안 느끼리라 봅니다. 딱히 마음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니까요.


  마음을 기울이면서 밥술을 떠야 밥맛을 제대로 느낍니다. 마음을 기울이면서 책을 읽어야 책맛을 제대로 보아요. 이리하여,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이웃이요 동무이리라 느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책을 읽든 밥을 먹든 이웃을 사귀든, 저마다 ‘깊이 마음을 기울여서’ 어깨를 겯는 몸짓이 될 수 있어야지 싶어요.


  왜냐하면, 마음을 기울여서 책을 읽을 때에 즐겁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기울여서 밥을 짓고, 밥을 함께 먹으며, 밥상을 함께 치울 적에 노래가 흐르면서 즐겁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기울여서 삶을 짓고 살림을 가꿀 적에 언제나 고운 웃음이 퍼지면서 즐겁기 때문입니다. 4348.12.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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