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31. 2015.11.25. 오이를 썰다가



  오이를 썰다가 문득 칼질을 멈춘다. 늘 하는 칼질이지만, 이러한 칼질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칼을 도마에 살며시 눕히고 사진을 한 장 찍어 본다. 칼질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으니 얼추 10초쯤 딴짓에 품을 들인 셈이다. 부엌일을 하노라면 10초조차 딴 데에 들이지 못할 만큼 바삐 움직인다. 바로 이 10초 때문에 끓는 국이 넘쳐서 불이 꺼질 수 있고, 밥이 덜 익거나 바닥에 눌러붙을 수 있으니까. 오이를 반으로 가르고 다시 반으로 가른 뒤 네 덩이를 한 줄로 놓고 척척 써는데, 칼이 더 길면 여덟 덩이를 한꺼번에 썰 수 있을까? 아마 여덟 덩이는 손으로 다 감쌀 수 없어서 그리 못 하겠지. 아니다, 두 겹으로 쌓으면 여덟 덩이도 한꺼번에 썰 수 있겠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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