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73. 이를 뽑으려고 일어나서



  큰아이가 간밤에 갑자기 일어났다. 왜 일어나는가 했더니 이에서 피가 난다면서, 웃니 하나가 아주 많이 흔들린단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뽑으라 하니, 큰아이는 이를 뽑고서 자겠노라 한다. 아무래도 밤새 웃니 생각 때문에 잠이 못 들 수 있으니 뽑고서 자는 쪽이 나을 수 있으리라. 큰아이는 어머니한테도 흔들리는 이를 보여주더니 혼자 뽑겠노라 한다. 그리고 참말 혼자 씩씩하게 흔들어서 뽁 하고 빼낸다. 이 빠진 자리에는 휴지를 물고서 “피가 멎을 때까지 책 볼래.” 하고 말한다. 머리랑 궁둥이를 토닥여 준다. 한동안 그림책을 본 아이는 “이제 피 안 나와. 졸려. 잘래.” 하면서 자리에 눕는다. 이불깃을 여민 뒤 얼마쯤 지나서 살피니, 큰아이 이마가 살짝 뜨끈뜨끈하다. 이 하나를 뽑으면서 힘들었나 보다. 이마가 식고 머리카락에 돋은 땀이 마를 때까지 이마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밤을 지냈다. 4348.12.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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