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로드 (앤드루 롤러) 책과함께 펴냄, 2015.11.2. 19500원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자면 스물하루가 걸린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요즈음 학교에서 가르치는지 궁금하다. 내가 1980년대에 국민학교라는 곳을 다닐 적에는 학교 뒤쪽에 사육장이라는 곳을 놓고는, 이곳에서 닭을 키워서 알을 낳아 품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했다. 그무렵 인천이라는 도시에서는 골목집이나 저잣거리에서 닭을 손수 치는 사람이 제법 많았고, 집에서도 얼마든지 ‘닭이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까는 모습’을 살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사람이 흔히 사다가 먹는 ‘튀김닭(치킨)’은 고작 서른 날 안팎이면 다 자라서 공장에서 목을 베고 털을 뽑아서 ‘고기닭’으로 내놓아서 태어난다. 아무리 길어도 마흔 날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닭공장은 그야말로 닭공장이기 때문에 하루만 더 사료를 먹여도 사료값이 어마어마하단다. 사료값을 줄이려고 항생제와 촉진제를 듬뿍 써서 고작 한 달 남짓이면 ‘사람들이 고기로 먹을 만한 닭 한 마리’를 살찌워서 내보낸단다. 《치킨로드》라는 책은 이 같은 대목을 끝자락에서 살그마니 다루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닭이라고 하는 새(날짐승)가 어떻게 이 지구별에 엄청난 숫자로 퍼져서 공장에서 공산품처럼 척척 뽑아내는 문명이 되었는가 하는 대목을 짚는다. 한마디로 하자면 ‘닭길’이나 ‘닭고기길’이라 할 텐데, 닭이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흔히 쉽고 값싸게 먹는 고기가 된 바탕을 살핀다. 그나저나 병아리도 중닭도 아닌 한 달 남짓 공장에서 짜증만 받으면서 자란 닭을 그렇게도 많이 먹는 오늘날 사람들은 어떤 삶을 누리려나? 감옥 같은 공장에서 나온 닭을 값싸게 사다 먹는 우리는 닭과 비슷하게 감옥 같은 공장을 쳇바퀴 돌듯이 살지는 않는가? 4348.11.29.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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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로드- 문명에 힘을 실어준 닭의 영웅 서사시
앤드루 롤러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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