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피나무 세 빛깔 (까만 초피알, 붉은 초피 껍질, 노란 초피잎)
겨울을 앞둔 늦가을, 초피나무는 세 가지 빛깔을 보여준다. 첫째, 노랗게 물드는 초피잎 빛깔이다. 다음으로 붉게 물드는 초피알 껍질 빛깔이다. 그리고, 초피알 껍질이 톡톡 터지면서 드러나는 까만 속알 빛깔이다.
푸른 물이 모두 빠지는 잎사귀는 바람이 쏴아 불면 어느새 싸락싸락 떨어진다. 초피알 껍질은 겨울에도 대롱대롱 매달리기 일쑤이고, 까만 속알은 새가 건드리거나 센 바람이 건드리면 바닥으로 떨어진다. 껍질도 속알도 잘 빻으면 싸아한 느낌이 재미난 양념이 된다. 여름에는 초피잎으로도 싸아한 느낌을 얻는다. 초피나무는 열매뿐 아니라 잎으로도 재미난 양념이 된다.
예쁜 빛깔을 베푸는 나무 앞에 서서 노란 빛깔하고 짙붉은 빛깔하고 까만 빛깔이 어우러지는 숨결을 생각한다. 겨울을 앞에 두고 고요히 노래하는 빛깔을 두 손 모아 넉넉히 받는다. 4348.11.27.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