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를 아이하고 새롭게 보기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몹시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처음 안 지는 꽤 되었으나, 막상 이 영화를 처음 본 때는 큰아이를 낳은 뒤이다. 곁님을 만나서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아마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를 한참 뒤에서야 보았을 수 있다. 곁님하고 아이가 나한테 오기 앞서까지 나한테는 ‘책’만 있었지, ‘영화’는 아예 없었다. 더군다나 ‘아이하고 함께 볼 만한 영화’라는 대목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나한테 처음으로 일깨웠다고 할 만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사랑스러운 영화’를 비로소 생각할 수 있었다. 사랑스러운 ‘책’뿐 아니라 사랑스러운 ‘노래’가 있고, 사랑스러운 ‘춤’이 있으며, 사랑스러운 웃음과 이야기와 눈물과 삶이 있다고 하는 대목을 참말로 느즈막하게 알아차렸다.


  우리 집 두 아이, 아직 여덟 살하고 다섯 살인 두 아이는 〈빌리 엘리어트〉를 보는 내내 ‘서서 함께 춤을 춘’다. 그렇다. 아이들은 춤을 추고 싶다. 아이들은 춤을 추면서 웃고 싶다. 아이들은 춤을 추면서 노래하고 싶다. 춤추면서 웃고 노래하는 아이들이 바로 이 땅을 새롭게 바꾸고, 이 나라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새로운 꿈이 자라도록 북돋운다. 4348.11.2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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