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런히 서울 다녀오려는 마음



  이듬해에 새롭게 쓸 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서울마실을 갑니다. 읍내에서 여덟 시 반에 서울로 가는 첫차를 타려면, 우리 마을 앞을 지나가는 군내버스로는 때를 못 맞추기에, 이웃마을 앞을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타려고 아침 일곱 시 이십 분에 길을 나서야 합니다. 아이들이 새근새근 잠을 다 자고 개운하게 일어날 무렵 즐겁게 새 하루를 맞이하기를 바라면서, 쌀을 미리 씻어서 불리고, 감이랑 능금을 씻어 둡니다. 집을 나서기 앞서 달걀을 삶고 국을 하나 끓여야지요. 서울에서 뵐 분들한테 드릴 유자차 담은 병을 챙기고, 시외버스로 오가는 길에 읽을 책도 챙겨야지요. 새벽에 머리를 감는 김에 빨래를 몇 점 하고, 걸레 한 장도 빨아 놓습니다. 부디 오늘하고 이 다음 날도 햇볕이 곱게 비추면서 아이들이 마당에서 개구지게 뛰놀 수 있기를 빕니다. 모두 즐겁게 놀고 일하며 웃는 살림을 꿈꾸면서 씩씩하게 마실길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4348.11.23.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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